[북리뷰] 함께 자라기 – 애자일의 철학 안내서

블로그 개편 이후로 최초로 쓰는 북리뷰 포스팅입니다. 트레바리 모임 때문에 읽은 김창준님의 “함께 자라기” 리뷰입니다. 이 책에서는 애자일의 기본 철학을 “함께”라는 키워드와 “자라기(학습)”이라는 두가지 키워드를 통해서 쉽게 설명합니다. 동시에 애자일의 도입 및 실행에서 만날 수 있는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위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알려주되, 놓치기 쉬운 부분에 대해서도 같이 알려줍니다.

함께 자라기
함께 자라기

“함께 자라기” 쉽지 않아요.

사실 책의 내용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책의 문체 자체가 -니다. 혹은 일상적인 구어체가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저자인 김창준님의 발표를 듣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책은 애자일의 기본 철학을 “협력”과 “학습”으로 정리해서 설명합니다. 먼저 학습, 즉 자라기에 대해서 설명하고, 나중에 협력, 즉 함께에 대해서 설명해주는데요. 각각의 키워드별로 간단한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라기(학습)

책에서 말하는 학습은 단순반복적인 수련이 아니라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는 수련’입니다. 또한 이 학습에는 아래의 3가지를 필연적으로 수반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요.

첫째, 피드백입니다. 피드백을 짧은 주기로 얻는 것, 그리고 실수를 교정할 기회가 있어야 성장이 쉽다는 뜻입니다. 피드백을 짧은 주기로 얻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이를 키울 때에 아이가 한 잘못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골든타임(적절한 비유가 안 떠올라서…)이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저 피드백을 얻었을 때에, 피드백이 의미가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내가 원래 한 행동을 제대로 기억/분석할 수 있도록 행동-피드백 간의 시간 간격이 짧고, 거기에서 바로 피드백을 내 행동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항상 목적과 의미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학습을 할 때 그때마다 그것의 의미와 목적, 즉 why를 잊지 않음으로써 단순 반복으로 빠져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셋째, 자신의 기존 역량과 학습 사이의 조화입니다. 저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순간에는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면, 어떤 순간에는 그렇게 소화된 것들을 바탕으로 그걸 얼마나 더 잘 활용하는지를 얘기합니다. 내 기존 내재 역량을 활용하는 것은 각각의 점(dot)으로만 존재하는 내 지식, 지혜, 노하우 등을 선으로 연결하면서(Connecting the dots) 역량의 퀀텀점프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실력을 높일 수 있는 학습 방법으로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곡선을 이용해서 설명을 해주는데요. 본인 업무와 본인 실력 사이의 갭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내용 같습니다.

몰입곡선을 이용한 성장 전략
성장 전략

그리고 업무상 실수를 대하는 가치관을 크게 실수 예방과 실수 관리로 구분해서 설명하는데요. 전 이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실수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며, 왜 그런 것인지를 학습 측면에서 알려줍니다. 물론 실수 예방 자체가 학습 측면에서 나쁘다고 하기는 애매합니다만..제 생각에는 학습을 좀 더 북돋워 줄 수 있는 것이 실수 관리 문화라는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원문을 통해서 이것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내용에 대해서는 토스팀에 있을 때 겪은 일을 베이스로 따로 하나의 포스팅으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실수 예방은 행동에서 실수로 가는 경로를 차단하려고 합니다. 즉,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실수 관리는 실수를 조기에 발견하고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미 결과가 난 실수에 대해서는 학습을 통해 “다음 행동할 때 이렇게 하자”는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실수 예방보다 관리에 가까울수록 그 기업의 혁신 정도가 더 높습니다. 실수가 있기에 학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수가 없으면 학습하지 못합니다.

불확실한 상황하에서 실수는 피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 상황에서 학습을 더 잘 하려면 실수를 격려해야 하기도 합니다.

함께 자라기 P90. 실수에 대한 부분

또 한 가지 학습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를 협력으로 봅니다. 독불장군, 독고다이, 고독한 전문가, 은둔무림고수 느낌의 것들이 다 성장에 좋지 않고, 협력이 성장/학습을 더 북돋워 줄 수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이 부분은 어떨게 보면 굉장히 당연한 것이라..긴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맞아맞아”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바로 업무를 바라보는 프레임워크와 실제로 업무를 진행하는 방향을 탑다운 방식과 바텀업 방식으로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학습이 아닌 협력 부분에 있었지만, 실제로는 학습에 좀 더 어울리는 내용 같았는데요. 요약하자면..제대로 된 전문가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에 탑다운 방식, 즉 추상적인 것부터 구체적인 것으로 내려가는 방식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탑다운 식으로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아주 디테일한 부분을 파고 들어서 본인이 세워 놓은 문제 해결 방식이 제대로 워킹하는지 확인하고, 피드백을 확인하고, 다시 그 문제 해결 방식을 조정하는 방식을 의미하는데요. 꽤 오래 전부터 Micro 뷰와 Macro 뷰를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주위에 전파했던 터라 공감하면서 봤습니다.

탑다운과 바텀업의 왕복 속의 아하모먼트

함께(협력)

이 파트의 시작은 단순하게 협력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보다 팀의 구체적인 성과 개선에 가장 중요한 것이 “관리”라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관리에 부정적인 분들이 많을텐데요. 아마 저 관리(management)는 팀이 어떻게 하면 더 협력을 잘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협력을 위해서 이 책에서는 몇가지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첫째, 함께 하는 작업을 통한 추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개발자가 아니기 때문에 추상화가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감이 잘 안 왔지만..아마도 특정한 문제를 해결할 때에 이를 실제적인 기술의 적용 혹은 문제 해결을 위한 업무 진행 단계에서 그 일을 설명하기 위해 개념/관념을 잡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둘째, 우리가 모두 인간이고, 우리의 나약함을 인정하면서 이 속에서 협력을 도모한다는 점입니다. 책에서는 신뢰 자본을 떨어뜨리지 않는 공유 방식을 설명하면서도, 특정한 기술의 도입에서도 다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이 일은 객관타당하게 좋은 일이니까 하자! 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중 꽤 큰 것으로 인간의 나약함, 감정 등을 언급하는데 이 부분도 역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것에 연결되는 것이 바로 심리적 안전감입니다.

셋째, 코칭을 담당하는 사람(혹은 사수..)의 멘탈 모형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좋았는데요. 저 역시도 꽤나 냉소적인 성격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동료들과의 협업에서는 이런 부분을 좀 더 주의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

넷째, 업무의 배치 사이즈(batch size), 즉 하나의 이터레이션에서 소화시키는 업무의 사이즈를 줄여서 지속적 흐름을 만들고 팀이 짧은 시간 안에 탑다운-바텀업을 왕복하면서 계속 성장시켜줘야 함을 얘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삼투압적 의사소통입니다. 이게 제일 압권이었어요 저는. 최근까지 가장 고민하고 있던 애자일 키워드여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이 내용 역시도 한 번 다른 글로 정리해서 올려도 될 것 같습니다.

은연 중에 서로 간에 정보가 스며드는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유리하겠죠.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하다가 “저기 이거 뭐뭐 안 되는데 아는 사람 있어요?” 라고 외칩니다.

테이블 건너편에 있던 디자이너가 답을 해줍니다.

옆에 앉아 자기 일을 하던 기획자는 프로그래머 둘이 하는 대화를 우연히 듣습니다.

그러다가 “아 그런 문제가 있었나요? 저는 어쩌구…” 하면서 끼어들어 새롭고 가치 있는 정보를 줍니다.

P.159 삼투압적 의사소통

함께 잘 자라는 팀과 아닌 팀의 차이

이 책의 백미인 부분입니다.

학습이 빠른 팀은 팀원을 뽑을 때부터 달랐습니다. 선발 자체가 매우 협동적으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비유하자면 디자이너를 뽑는 데 개발자가 관여한다든지), 선발 기준도 달랐습니다. 단순한 업무 수행 능력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협력을 얼마나 잘하는지, 새롭고 애매모호한 상황을 즐길 수 있는지,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도 자신 있게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지 등을 보고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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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빠른 팀은 (특히 리더가 중심이 되어) 새로운 수술 도입을 기술적 도전이라기보다는 조직적 도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개개인이 새로운 기술을 획득해야 한다고 보지 않고, 함께 일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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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속도가 빠른 팀은 심리적으로 보호가 되고 있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시도하는 데에 열려 있었고 실패에 관대했으며 잠재적 문제를 지적하고 실수를 인정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팀원들은 모두 팀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실험해 보는 걸 강조했습니다. 설사 새로운 방식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질지라도 말이죠. 그들은 개인 단위의 실험에서 그치게 하지 않고 모두가 공유하는 실험을 했고, 무엇보다도 학습이 실행과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P.174 학습 속도가 빠른 팀과 느린 팀의 차이

정말 딱 이렇게 느꼈습니다. 저는 정말 성장이 빠르고, 학습이 잘 되면서도, 협력이 잘 되는 그런 팀에도 있어봤고..반대로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일을 해봤습니다. 정말 두 조직의 차이는 컸고, 기업의 성장속도 면에서도 차이가 컸는데요. 위와 같은 차이가 너무 명확하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정리하며

이 책은 아주 좋은 애자일 철학 책입니다. 애자일의 철학을 공감가는 키워드로 정리해서, 각각의 키워드별로 에센셜한 내용만 꼽아서 잘 정리가 되어 있죠. 또한 이 책은 좋은 화두를 계속 던져줍니다.

너희 조직은 이러하니? 너희 팀은 이러하니? 넌 어때?

같은 식의 질문을 계속 던지죠.

하지만 이 책을 보기 전에, 정말 디테일한 애자일 방법론을 얻어갈 것을 기대하면 실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이 책을 보고, “우와…이 모든게 되게 좋은 것 같다. 그리니까 우리 회사에 다 적용해봐야지.”라고 하는 것도 에러 같습니다. 물론 그걸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고요. 가장 에센셜한 것들부터 하나씩하나씩 도입하면서, 팀 내의 신뢰 자본을 얻어내고, 모두의 참여를 함께 북돋워 주는 것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는 뜻이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저도 이 책에 나온 내용대로 실제 케이스로 포스팅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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