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그 의미를 알아간다는 것

회사를 안 나가고 쉰게 이제 2달이 다 되어 갑니다. 다소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게 되었지만, 회사를 떠나면서 가졌던 제일 큰 생각이 ‘이제는 쉴 수 있겠네.’ 였던만큼 휴식은 제게 정말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2개월 전 제게 제일 중요한 목표는 충분한 휴식, 재충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서 이 정도의 시간을 쉬어보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두근두근하면서 휴식을 시작했고 이제 아쉬움이 그득그득하면서도(더 쉬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work)의 현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나씩 하고 있습니다.

휴식, 정말 필요했던…

사실 항상 앞으로 앞으로 달려나갈 것을 요구 받는 조직에서 2년 남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토스팀에 있던 2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지금까지 경험한 그리고 앞으로 경험할 모든 스타트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가장 몰입하고, 가장 좋은 동료들로 구성된 팀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팀에서 요구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저 스스로를 꽤 열심히 몰아쳐야했고, 계속 집중해야 했고, 어떻게 해야 더 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성과를 내고, 성장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지쳐갔던 것도 사실이어서 휴식을 정말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것 같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이 프로젝트만 잘 마무리하면 휴직을 해야겠다. 이것만 잘 마무리 짓고 1달만 쉬자. 이러면서 살아왔으니까요.

휴식
휴식, 필요했어 정말.

그러다가 다소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면서 2개월 정도는 그냥 제대로 쉬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개월 동안 1개월 정도의 구직 기간을 가진 다음에 뒤 1개월을 충분하게 쉬었습니다. 한 번 제가 쉬는 기간 동안 했던 일들을 하나씩 정리 해보겠습니다.

2개월의 쉬는 기간 동안 한 일

제일 먼저 집중했던 것은 건강을 되찾는 것이었습니다. 꽤나 빡센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 수면, 부족한 운동, 불어난 체중, 수술이 필요한 발목과 코 등등의 건강 쪽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정말 쌓이고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이번 쉬는 기간 동안..

  • 꾸준히 병원을 다니면서 수술, 비수술을 통한 치료를 받고,
  • 간헐적 단식 요법을 습관화 시키기 위해서 노력했고,
  •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수영을 가거나, 헬스장을 가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최소한 2~3km 정도는 걷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집중한 것은 제게 부족한 역량을 좀 더 채우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생활 이후로 영어를 따로 공부한 적이 없었고, 학교에 다닐 때에도 영어를 정말 어려워하고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원서로 공부하는 전공 공부가 진짜 어려웠죠. 그래서 아예 개인교습을 주2회씩 받으면서 영어 회화 쪽을 단련했습니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어도, 곧잘 대화도 할 수 있고, writing은 꽤 좋아졌습니다. 제일 큰 소득은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 가장 효율/효과가 좋은지, 그리고 어떤 매터리얼을 소화하는게 좋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꽤 괜찮은 튜터를 구한 것도 큰 소득입니다.

그 외에도 운전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운전을 잘 못 해서 사실 차를 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뚜벅이+자전거로 버텼는데 이제 좀 한계가 온 것 같아서요. 다행히 크게 못 하진 않습니다. 미뤄뒀던 자전거 mechanic 교육도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길 가다가 타이어 펑크가 나도 내가 고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 같네요. 독서모임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고, 쉬는 동안 미뤄뒀던 책들도 많이 봤습니다.

가장 집중했던 것

언제 써도 좋은 짤이다.

하지만 실행이 아닌 생각과 사색 측면에서 가장 집중했던 것은 지금 내가 진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실행을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 다음 도전(aka 내 일, 직장)이 무엇인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거였어요.

좋은 기회여서 했던 창업, 회사를 정리하면서 다소 성급하게 했던 첫번째 팀 선정 및 도전 과제 선정, 그리고 정말 좋은 팀이고 좋은 도전 기회라고 생각해서 결정했던 토스팀 조인 등을 복기해봤습니다. 이 모든 순간들을 뒤돌아 보니 최대한 열심히 실행에 옮겼지만 정작 제가 진짜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과 사색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부족한 사색에도 불구하고 그런 실행 우선의 원칙 덕분에 지금 커리어나 저에 대한 고민을 할만한 여유가 생긴 것도 맞습니다. 그런 점에서 실행을 기깔나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정말 다행인 점은 어느 정도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휴식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냥 회사를 다니는 상태에서 이직을 했다면 아마 지금 제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 채로 커리어의 다음 스텝을 밟고 있었을 것 같아요. (물론 잘 했을 것 같습니다.)

휴식, 이녀석의 위엄

휴식은 “내가 진짜로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습니다. A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실행에 옮겨보니 이것이 문제가 아니었기도 했고, B가 문제라고 생각해서 해결해 놓고 보니 문제였던 것은 맞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기존의 일들을 회고하면서, 과거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그렇게 나를 관조하는 와중에 새로운 지식이 부어지고 그 지식들이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진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가게 되었고요.

결국 저는 업무라는 “해내야 하는 것”들에서 벗어나서 피상적인 문제들에 대한 정의-해결-회고를 반복할 수 있었고, 그게 진짜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게 해준 것이죠. 그리고 이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 환경, 사색, 멘탈 에너지, 피지컬 에너지를 채우고 나서야 가능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 근간이 바로 휴식인거죠.

정리하며

제대로 된 휴식의 중요함을 느낀 2개월이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큰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되면 정말 과감하게 휴식을 취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런 휴식을 확보하기 위해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미 정리가 된 터라 2년 정도 동안은 “휴식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언젠가 위에 적었던 모든 것들을 다시 하나씩 상세하게 풀어 내는 포스팅이 나올 것 같아요. 그럼 그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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