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W07 회고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그리고 제3지대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고 그 많은 일을 이리저리 잘 견디면서 한 주를 또 보내는 것에 성공했다. 한 주 동안 큰 문제와 사고가 없었던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야 하나 싶었고, 반대로 내가 이 정도 일들을 놓고 큰 문제와 사고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니 나에게 무슨 일들이 생겼던 것일까 싶다.

#1. 안녕과 자존

이번 회고에서는 이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회고 글을 다 정리하고 나서, 페이그북을 하다가 카카오에서 Data Product Manager로 일하셨던 정다미님의 페북글을 보게 되었다. 그 글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1. 일하는 것의 의미와 사명을 찾는건 중요하다. 일의 의미와 사명(why)이 있으면 내적동기가 강화된다. 내적동기를 잃지 않아야 일하는 시간이 괴롭지 않고(혹은 덜 괴롭고) 괴로워도 이겨낼 힘을 얻는다.

그리고 괴롭지 않게 일하는 것, 내가 쓰는 절대치의 시간의 퀄리티를 높이고자 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의 ‘안녕과 자존’ 을 위한 일이다.

안녕(安寧)과 자존(自尊).

아무 탈 없이 편안하고, 자기의 품위를 지키며 사는 것.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가지를 지키며 사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살면서 별의 별 사람들, 별의 별 일들은 얼마나 내 안녕과 자존을 침범하는가. 나이를 먹을 수록 안녕과 자존이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걸 경험하게 되었다.

2.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면 나의 안녕과 자존을 침범하는 것들에 단호해진다. 그들과 언제 끊어내야 할 지, 내가 무엇을 택해야 할 지가 명확해진다. 역으로, 안녕과 자존이 침범되는 줄도 모르고/혹은 알았더라도 끊어내지 못하고 한참 그들에게 질질 끌려갔던 시기에 나는 스스로를 덜 소중히 여겼더라.

안녕과 자존에 대해서

사실 지난 주에 무례한 내용이 포함된 연락을 받았다.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는 팀원들이 나의 미래 커밋먼트에 대해서 염려하는 반응을 보였고 그런 것을 감안했을 때에 팀에서 나가주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주말에 종종 모여서 얘기를 하던 사람들이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만들지도 않았고, “이제는 말 그만하고 뭘 좀 제대로 만들어보자.” 그러던 상황이었다. 물론 이 프로젝트를 가지고 잘 되면 창업으로 이어질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갑자기 창업 이야기, 커밋먼트와 지분 이야기 등이 나왔고, 나는 그냥 내가 예상되는 커밋먼트, 지분에 대한 생각 등을 말해줬다. 그런 대화가 오가고 나서 며칠 후에, 너는 기여가 남들보다 부족할 것인데 남들이랑 똑같이 지분 가지고 시작하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고 그게 뒷말이 나올 수 있고 블라블라 하는 얘기를 일부 구성원이 했고 그것에 대해서 본인도 염려되고 하는 말을 리더에게 들은 것이다. 뭐랄까..일도 아직 안 했으니 내 기여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나도 아직 내가 죽어도 얼마의 지분을 확보해야겠다느니 하는 얘기도 꺼내지 않았던터라 당황스럽긴 했다.

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세가지였던 것 같다. 첫째, 내가 저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할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나는 너희에게 꽤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음”임을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 반대로 그냥 그들의 주장을 인정하고 나가는 것이다. 셋째, 그 주장을 들었을 때 느껴졌던 감정이 무엇인지를 잘 전달하고 그들을 크리틱하고 나가는 것이다. 결국 나는 두번째 선택을 먼저 한 후에 세번째 선택을 일부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들었던 감정들은 다음과 같았다. 나의 가치를 모르는 동료와 리더와 계속해서 일을 하면서 그들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진 않다고 생각했다. 내 가치는 내가 인정하는 것도 있고, 동료가 인정하는 것도 있겠지만 이 갭이 크다면 나는 그냥 나를 아끼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multi 1-on-1으로 진행하고, 그렇기에 정확한 맥락이 차단되고 3자에 의해서 정제된 얘기를 듣게 하는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해서 그리고 그 신뢰 관계를 매니징하는 역량에 대해서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이 분과는 앞으로 개발자-PO 정도의 관계는 괜찮겠지만 이 이상을 도모하긴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 창업자/리더의 역량은 점점 더 성장하는 것이 먼 훗날 큰 월급 주면서 일하자고 하면 굽신굽신할 수도. 🙂 마지막으로 이런 동료들을 내가 신뢰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일련의 이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무엇보다 나는 나 스스로의 안녕과 자존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것을 잘 실행했음에 만족했다. 또한 이 감정의 굴레를 며칠 안에 다 떨쳐버리고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 글도 이렇게 적음으로서 감정을 분출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2. 나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CTO님이랑 면담 과정에서 많은 얘기를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다음 스텝들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좀 더 잘 정리할 수 있었다. 사실 야놀자에 왔을 때에는 PO로서의 목표만을 가지고 있던 상황이었고, 그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있진 않았는데…뜻하지 않게 조직장이 된 셈이다. 다행히도 조직장 업무에 대해서 아주 다 싫고, 난 못 하겠고, 다시는 안 하고 싶고 이럴 정도로까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 상황이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조직장이 되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잘 모르는 영역에서 잘하는 것 역시도 참 어렵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느끼게 된 셈이고…어떻게 보면 야놀자에서 보낸 조직장으로서의 1년의 시간은 2/3 이상의 실패이지 않았나 싶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것을 보니 말이다.

강점과 약점

내가 어떤 일에서 모티베이션이 생기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왜생 변수를 어떻게 제어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잘 정리할 수 있었던 면담이었다. 특히나 파랑새 증후군이 있었던 시기를 몇개월 동안 보냈는데, 어딘가에 있을 파랑새를 찾아가기보다 확실하게 내가 건져내야 할 것을 찾으러 갈 수 있게 되었음에 소득이 충분했던 면담이 아니었을까 싶다.

#3. 여전히 행복은 자주 웃는 것에 있다.

주말에 처가 식구들이랑 같이 만나서 식사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것인데, 여전히 행복은 자주 웃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자주 웃는 것이 짱이다

마지막에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인 줄 알았지만,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었다는 저 말이 너무 가슴에 와닿는 요즘을 보내고 있다. 부자가 되는 것도, 사회적인 명성을 얻는 것도, 높은 성취를 이루는 것도 결국 더 자주 웃는 것 속에서 있어야 하고 나는 자주 웃기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하는 생각만 계속 든다.

마치며

길었던 고민을 끝내고,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는 지금 이 순간 너무나 후련하고, 지금의 일들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가 싶으면서도 잘 마무리하면 되겠지 싶으니 난 웃을 수 있겠구나 싶다. 다음주에는 좀 더 생산적인 이야기들을 더 뿜뿜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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