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W08+09 회고

오랜만에 쓰는 회고 글이다. 8th week 회고 글을 놓쳤으니까 2주만에 쓴 글이다. 회고라는 것을 습관으로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이벤트 속에서 회고를 놓쳐버렸다. 한 주를 건너뛰면 쭉 건너뛰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다시 회고 글이 쓰고 싶었던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길게 2주짜리 회고 글을 써보고자 한다.

#1. 1 on 1의 효용

퇴사를 앞두고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함께 했던 동료들과 굿바이 1 on 1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이들이 염려하는 것을 알게 되고, 같은 사안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다르게 바라보는지 등을 알게 되었다. 대충 10명이 넘는 동료들과 2주에 걸쳐서 1 on 1을 했으니 꽤 많이 한 셈이다.

1 on 1

좋았던 것들을 얘기하자면…일단 1 on 1이 주는 효과에 대해서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 동료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고,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동료의 상태를 더 잘 알게 되고, 우리가 함께 그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 어느 곳을 가더라도 나를 둘러싼 동료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 어려움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내가 더 잘하고 싶은 부분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등을 1 on 1을 통해서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것을 얘기하자면, 코로나나 재택근무를 이유로 1 on 1을 그동안 소홀히 했던 것이었다. 랜선 1 on 1이라도 더 열심히 했어야 했고, 나의 디모티베이션을 차라리 솔직하게 오픈할 수 있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었다.

그리고 퇴사 전 동료들과의 1 on 1에서 액티브 경청을 좀 더 써먹어봤는데, 그 동안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좀 더 경청했어야 했구나, 그들의 말을 끊거나 그러면 안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앞으로 어딜 가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나의 매니저, 나의 수평적 동료, HR, 대표 등의 사람들과 1 on 1을 거치면서 더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진짜로 하고 싶은 일

나의 요 몇 달 간의 고민은 사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그리고 나는 어떤 일을 하면 몇년 동안 그 일에 굉장히 집중하면서 내 에너지를 쓸 수 있을까 였다. 직무를 고민하기도 했고, 산업군을 고민하기도 했고, B2B vs B2C를 고민하기도 했다. 보다 실험 중심의 문화를 가진 곳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도 했고, 스톡옵션을 통해서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곳이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이제서야 조금씩 힌트를 얻게 되는 것 같다.

  • 회사가 나를 통해서 풀고 싶은 문제를 나도 진심으로 풀고 싶어야 한다. 이것은 B2C, B2B 등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 영역과도 큰 상관이 없었고, 산업도 상관이 없던 것 같다. 하물며 내 역할마저도 큰 상관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roduct Owner가 넓게 보아서 어차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면 내 직업에 PO 두 글자가 사라진다고 한들 뭐가 크게 상관이 있을까 싶었다.
  • 좋은 동료, 특히 유대감을 가지고 그 유대감 속에서 같이 나갈 수 있는 동료, 그러면서 나를 신뢰하고, 나를 인정하고, 내가 더 잘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료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도 신뢰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있고, 동료가 더 잘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료들이라면 충분히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큰 문제를 해결하고, 당장의 부와는 상관 없이 큰 리턴을 기대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현직장의 스톡옵션은 많이 아까웠고, 이 돈을 내가 놓치고 떠나감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으로 큰 돈을 버는 옛동료들을 보게 되면 나 역시도 많이 아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정을 추스리는 것 역시도 내 몫이지만, 아무래도 이런 류의 주식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첫번째, 두번째 이유에 비하면 이건 별로 큰 비중은 아닐 것 같다. 4:5:1 정도랄까? 🙂

나이 들어 한 오랜 방황이었고, 몇 번의 시행 착오 끝에 얻은 힌트라서 좀 더 기뻤다. 이제 앞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면 더 좋겠지만..그럴리가 있나. 또 실패하고, 실수하고, 좌절하고 그럴 것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 인생이라는게 정답은 없고, 그냥 우리가 조금씩 더 나아지고 싶은 그런 여정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3. 무너진 루틴 하나씩 채워보자.

지난 며칠간 마음고생하는 일들도 있었고, 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했고, 내 선택들이 후회스럽다는 생각도 했어서인지 생활 루틴들이 다 망가졌다. 묵상, 스트레칭, 홈트, 독서 모두 다 없었다. 그러다보니 죄책감도 들고, 내가 고작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괴로웠다. ㅠㅠ

뭐 별 수 있나. 멈춰졌으면 그냥 다시 하면 되는데, 큰 좌절을 계속 할 여유도 없고 그냥 다시 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또 멈추는 날이 올 것이고, 또 다시 하면 되겠지 싶다. 그렇게 다시 조금씩 나아지면 되는 것이다.

회고를 마치며

지난 몇 달의 고민의 결과들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나날이다. 그리고 그것을 상상만 했을 때와 상상과는 다른 현실을 목도했을 때의 차이를 직접 보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이게 앞으로 몇년간의 대운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고, 그 대운의 뒤에 올 힘든 날들을 준비하는 그런 순간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오늘 설교 말씀이 너무 좋았는데, 이 얘기대로 좀 더 기도하고 묵상하는 하루는 꼭 보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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